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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인터내셔널 송윤태 대표이사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듀체른’으로 가업의 새 지평을 열다”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6.02.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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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wer lnterview - ㈜에스디인터내셔널 송윤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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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기름때 묻은 공구와 거친 기계음이 지배하던 현장이 있었다. 50년 전, 선친이 국내 최초로 임팩 툴(Impact Tool)’을 들여오며 일궈낸 에스디인터내셔널의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궤적과 함께해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전기차(EV)의 등장은 내연기관 정비 시장을 뿌리째 흔들었고, 영원할 것 같던 기계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파고 앞에서 2세 경영인 송윤태 대표는 과감한 피벗(Pivot)’을 택했다. 투박한 공구 대신 섬세한 진공관 앰프를, 차가운 금속 대신 따뜻한 원목 가구를 선택한 것이다. 패션 의류학을 전공하고 남성복 브랜드를 이끌었던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 그가 빚어낸 오디오 브랜드 듀체른(DUZERN)’은 단순한 음향 기기가 아니다. 그것은 가업의 본질은 지키되, 방식은 혁신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이 응축된 결정체다. 40년 업력의 단단한 뿌리 위에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송윤태 대표. 그가 그려내는 공명(Resonance)’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에 있는 에스디인터내셔널 사옥은 1994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그 안에서는 가장 트렌디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송윤태 대표는 이곳에서 선친의 유산인 공구 사업과 자신이 새롭게 개척한 오디오 사업이라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비즈니스를 동시에 조율하고 있다.

 

에스디인터내셔널은 본래 미국 브랜드 잉거솔랜드(Ingersoll Rand)’의 대리점으로, 엔진 스타터와 에어 콤프레셔 등 선박 및 자동차 정비용 공구를 독점 공급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다.

 

선친은 50년 전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에 임팩 툴을 처음 들여와 선진적인 A/S와 마케팅으로 업계 최고의 위치를 다졌다. 하지만 송 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엔진 오일이나 소모품 교환 수요가 급감했고, 일반 카센터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상속세와 까다로운 승계 조건 등 현실적인 장벽이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었죠. 전기차는 공구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엔진이 없으니 소모품 매출도 발생하지 않고요. 기존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옷을 짓듯 소리를 디자인하다, ‘가구형 오디오의 탄생

송 대표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가업 승계 요건의 현실적 괴리 때문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우회로를 택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내려가는 시점에 경영을 맡게 된 2세 경영인의 고뇌는 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 속에서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바로 자신의 전공인 의류학과 오랜 취미였던 오디오의 결합이었다. 송윤태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기계 공구 수입사의 아들이지만 대학에서는 의류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90년대 의류 산업의 호황기를 목격하며 남학생으로서는 드물게 의류학과에 진학해 졸업했고, 이후 남성복 브랜드 아야모리에를 론칭해 16년 가까이 패션 사업을 영위했다.

 

패션 사업을 하면서 정장 베이스의 남성복 시장이 쇠퇴하는 것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은행원들조차 정장을 입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죠. 결국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의류 사업을 정리했지만, 그때 쌓았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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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력이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는 원동력

송 대표는 백화점 매장 인테리어를 하면서 알게 된 실력 있는 목공 장인들과의 인연, 그리고 자신의 오랜 취미였던 오디오를 결합해 듀체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듀체른의 핵심 콘셉트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고급 가구형 오디오. 기존의 오디오가 음질을 최우선으로 하여 투박한 기계 장치를 거실 한가운데 늘어놓는 방식이었다면, 듀체른은 철저히 디자인공간에서 출발한다.

 

기존 오디오 마니아들은 음질을 위해 인테리어를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반대로 접근했습니다. 옷을 만들 때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기능을 넣듯, 오디오도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먼저 스케치하고 그 안에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인공지능(AI)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콘솔 사이즈를 물어보고, 그 규격에 맞춰 가구로서의 미학을 완성한 뒤 오디오의 기능을 탑재했죠.”

 

이러한 역발상은 적중했다. 듀체른의 제품은 오디오라기보다 고급스러운 콘솔 가구에 가깝다.

 

덮개를 닫으면 깔끔한 가구로 기능하고, 열면 턴테이블과 진공관 앰프가 드러나며 음악이 흐른다. 특히 진공관 앰프의 따뜻한 불빛은 이른바 불멍과 같은 시각적 만족감까지 선사한다.

 

복잡한 배선과 기계 장치를 싫어하는 여성 고객이나,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신혼부부에게 듀체른은 오디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획기적인 대안이 되었다. 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랜 경력의 가구 장인들에게는 이러한 오디오를 제작하는 일이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었다. 송 대표는 직접 목공 학원에 등록해 8개월간 기술을 배우며 시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장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켰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말로만 설명해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어설프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며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야 비로소 소통이 되었죠. 남성복을 할 때도, 오디오를 만들 때도, 비전문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엉뚱한 상상력이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세 경영인의 고뇌와 반 발짝앞서가는 리더십으로 승부

송윤태 대표에게 2세 경영이란 단순히 사업체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치열한 생존 과정이었다. 선친이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서로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송 대표 역시 사람신뢰를 경영의 중심에 두고 있다.

 

그는 고객보다 딱 반 발짝만 앞서가야 한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너무 앞서가면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고, 뒤처지면 외면받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패션 사업에서 체득한 교훈이자, 현재 오디오 사업에 적용하는 마케팅 원칙이기도 하다.

 

임팩 툴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동차 정비 유튜브 채널에 공구 및 작업복 협찬을 진행해 큰 효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비사들이 보는 채널에 우리 공구와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죠. 오디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 오디오 채널보다는 리빙’, ‘인테리어’, ‘데스크테리어를 다루는 유튜버들과 협업하여, 음악을 듣는 도구가 아닌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로서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듀체른은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D2C)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제작(Custom-made)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고객이 원하면 스피커의 소재와 사이즈를 변경할 수 있고, 심지어 다리 소재를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쇠테리어(+인테리어)’ 트렌드도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함은 송 대표가 겪어온 수많은 터닝 포인트에서 비롯되었다. 의류학과 시절, 유일한 남학생으로서 겪었던 소외감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사히 졸업을 했던 경험, IMF 당시 첫 직장에서 외국인 고객에게 재고 의류를 판매하며 위기 속의 기회를 맛봤던 경험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실패하더라도 즐거웠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저 역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이 가장 아쉽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년 세대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조언한다. 이는 그가 안정적인 가업에 안주하지 않고, 쇠락해 가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가치를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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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그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

2026, 에스디인터내셔널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송윤태 대표는 기존 공구 사업과 신규 오디오 사업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공구 사업은 기존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유지하되, 성장 동력이 약해진 만큼 신사업인 듀체른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듀체른의 올해 목표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전문 음향 브랜드와 경쟁하기보다는, 고급 가구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만의 을 만들고 싶습니다. 6월에는 가구 전시회에 참가해 오디오가 아닌 가구로서 소비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송 대표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사옥이 예술의전당 인근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악기나 음악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학교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두 아들이 미래에 합류한다면, 듀체른은 단순한 오디오 브랜드를 넘어 종합 음악/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 이름에 들어간 컨설팅(Consulting)’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선친께서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친구 같은 회사를 지향하셨듯, 저 역시 고객의 공간 고민을 해결해 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듀체른을 통해 턴테이블의 바늘을 올리는 아날로그적 행위가 고객들의 일상에 작은 위로와 휴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송 대표가 보여준 듀체른의 오디오에서는 따뜻한 진공관의 불빛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차가운 금속 공구를 다루던 손으로 빚어낸 가장 따뜻한 혁신이었다.

 

투박한 과거와 섬세한 미래를 연결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송윤태 대표. 그의 반 발짝앞선 걸음이 척박한 중소기업 경영 환경 속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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