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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랩 서은경 대표이사 “틀려 보이지 않는 번역이 더 위험하다”… 신뢰를 데이터화하는 언어기업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6.08.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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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Leader - ㈜커뮤니랩 서은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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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IPO·IR 전문 언어 커뮤니케이션 기업 ㈜커뮤니랩을 이끄는 서은경 대표는 글로벌 PR 회사 에델만과 경영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현 KPMG), 아모레퍼시픽 신사업 전략 업무, 아리랑TV 경제부 기자를 거쳐 커뮤니랩을 창업했다. 9개 언어, 158명의 전문 언어 인력 네트워크와 18개 산업군의 도메인 특화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IPO·IR, 영문 공시, 국제행사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랩은 별도의 광고 없이, 커뮤니랩 창업 이후 현재까지 한 번이라도 업무를 의뢰한 고객사가 모두 이후 재의뢰로 이어졌으며 신규 고객의 98% 이상이 기존 고객사의 추천을 통해 유입되는 등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2025 APEC에서는 식량안보장관회의(FSMM)를 포함한 총 6개 행사 및 공식 회의에서 통역과 영어 리에종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도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해 왔다. 서은경 대표를 만나 그녀의 경영 철학과 도전의 여정을 들어봤다.

 

 

커뮤니랩은 18개 산업군의 도메인 특화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중요한 메시지가 국내외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한 의미와 톤으로 전달되도록 지원하는 기업이다. 서은경 대표는 “이 데이터는 공개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실제 용어와 표현을 축적한 것으로, AI와 결합해 통역과 IPO·IR, 영문 공시 등 전문 언어 업무의 정확도와 산업 적합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9개 언어, 총 158명의 전문 언어 인력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현업 통·번역사뿐 아니라 통번역대학원 전·현직 교수, 전·현직 영문 기자와 아나운서 등이 포함돼 있다. 서비스는 IPO·IR, 영문 공시, IR 피칭, 국제행사의 네 영역으로, 그녀는 “2025 APEC에서 식량안보장관회의(FSMM)를 포함한 총 6개 행사 및 공식 회의에서 통역과 영어 리에종 서비스를 운영했고,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도 다국어 통역·의전·MC 등 국제행사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운영해 왔다”라고 말했다.

 

AI가 아니라 데이터, 커뮤니랩이 만드는 신뢰의 언어

커뮤니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는 단순한 프로젝트 수보다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가?’이다.

 

서은경 대표는 “커뮤니랩 창업 이후 현재까지 한 번이라도 업무를 의뢰한 고객사는 모두 이후 재의뢰로 이어졌으며, 신규 고객의 98% 이상도 기존 고객사의 추천을 통해 유입됐다”라며 “이 수치는 단순한 영업 성과라기보다, 고객이 자신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다시 맡길 만큼 커뮤니랩을 신뢰해 주셨다는 지표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 IR 자료와 영문 공시, 해외 투자자 미팅, 영문 IR 피칭 등 기업의 글로벌 자본시장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로서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신뢰의 데이터화’와 ‘정보의 휘발성을 막는 것’이다. “한 통역사의 이력서가 60페이지에 달하더라도 실제 고객사의 산업과 업무에 직접 관련된 경력은 5페이지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라며 “전문성을 검증하고 적합한 전문가를 선별하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해야 할 일이지, 믿고 의뢰한 고객이 떠안아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숙련된 전문가가 어렵게 검토하고 수정한 교정 결과가 다음 프로젝트의 시스템 자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사람이 한 번 만들어낸 좋은 판단과 교정이 다음 업무의 출발점이 되어야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사라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재의뢰율이 100%인데도 AI와 데이터 시스템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커뮤니랩이 추구하는 것은 ‘현재 품질의 유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며 “다만 원칙은 분명하다. 신뢰를 데이터화하되, 신뢰 자체를 자동화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커뮤니랩에서 자동화를 바라보는 기준은 ‘사람이 하던 일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확보해서 무엇에 더 집중할 것인가’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 후보군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것까지가 자동화의 영역이고, 그 이후의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담당한다”라며 “확보한 시간을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맥락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데, 그리고 언어전문가가 프로젝트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사전 브리핑과 프로젝트 수행 결과에 대한 품질 검토에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보다 무엇에 더 집중하기 위해 자동화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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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 보이지 않는 번역”이 가장 위험하다

통번역은 신뢰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명백한 오역만이 아니라 오히려 ‘틀렸는데도 틀려 보이지 않는 번역’이 더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 미팅 통역에서 ‘전망’, ‘목표’, ‘계획’, ‘검토’는 모두 기업의 향후 방향과 관련된 표현이지만 각각 담고 있는 의미와 확정성의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다. 실무에서 자주 만나는 유형을 재구성한 예로 “‘해당 기능은 운영 반영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는 한국어 원문을 맥락 없이 번역하면 ‘This feature can be checked after it is reflected in operations’가 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운영 반영’은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This feature can be verified after it is deployed to production’으로 번역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AI 서비스 문서의 한 사례에서는 “‘검증’을 validation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했지만, 실제 AI 분야에서는 문맥에 따라 verification, validation, evaluation 등 여러 표현이 사용될 수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단어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해당 산업과 업무 맥락을 이해하는 도메인 전문가가 최종적으로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IPO·IR·영문 공시처럼 기업의 미래와 투자자의 신뢰가 걸린 업무에서 AI와 사람의 역할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AI는 방대한 정보를 찾고 비교하고 정리해 더 나은 판단을 위한 근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사람은 그 정보가 실제 기업의 의도와 산업의 맥락에 맞는지 판단하고 최종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상장 관련 번역 프로젝트에서 한 고객사가 “보다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어조로 영문 메시지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를 들며 “상장 관련 문서는 일주일 사이에 버전이 10차례 이상 변경되는 경우도 흔하다”라며 “AI와 축적된 도메인 언어 데이터가 반복적인 확인 작업의 시간을 줄여준다면, 전문가는 확보된 시간을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의 어조와 표현의 강도를 판단하는 데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를 “신뢰를 자동화하지 않고, 검증을 데이터화한다”라고 표현했다.

 

PR에서 기자까지, 언어로 신뢰를 설계하다

글로벌 PR 회사 에델만에서 Microsoft Xbox 등을 담당하며 보도자료 작성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한 그녀는 “기업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많이 담는 것과 실제로 상대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후 베어링포인트(현 KPMG)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더 나은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CEO 직속 신사업 전략 TF에서는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에는 언어적으로 틀리지 않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맥락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라며 “‘좋은 전문가에게 축적된 경험과 프로젝트의 맥락이 왜 그 사람과 함께 사라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창업 직전 아리랑TV 경제부 기자로 일했던 그녀는 “취재 내용과 자료가 서로 맞지 않으면 다시 확인하고, 의미가 불분명하면 추가로 질문했다”라며 “내가 내용을 이해했다는 것과 상대가 같은 의미로 이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단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상대가 가진 배경과 맥락에서도 원래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라며 “이 경험이 커뮤니랩에서도 원문의 의미가 불명확하면 추측해서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고객사에 확인하고 확정된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을 우선하는 서비스 철학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통번역 업계에서 커뮤니랩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서는 “품질을 특정 개인의 역량이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얻은 전문성과 판단을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축적해 다음 프로젝트의 품질로 연결하려고 해왔다는 점”을 꼽았다. “대표의 출입이 허용되는 행사라면 가능한 한 언어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에 참여하려고 한다”라며 “고객사가 실제 현장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언어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가까이에서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커뮤니랩이 말하는 ‘데이터’도 현장과 분리된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프로젝트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확인한 경험이 구조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로서 가장 큰 보람은 “첫 프로젝트를 함께한 고객사가 이후에도 중요한 통·번역 업무를 지속적으로 커뮤니랩에 맡겨주실 때”라고 말했다. 반대로 가장 어려운 순간은 AI 동시통역 서비스 확산으로 사전 준비 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사전 준비 시간은 과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올해 진행한 행사에서는 연사가 연단에 올라갈 시점이 되어서야 발표 자료를 전달받은 경우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라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데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은 낮아지지 않는 환경에서 어떻게 동일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품질을 지속할 것인가가 지금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인연을 쌓아가는 삶,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그녀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는 아리랑TV 경제부 기자를 그만두고 커뮤니랩을 시작한 순간이다.

 

“이미 가지고 있던 안정성을 스스로 내려놓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제 인생의 방향이 가장 크게 바뀐 시기였다”고 말했다.

 

창업 당시 이미 사업자등록상 통번역 회사만 1천 곳이 넘는 성숙한 시장이었다는 그녀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하는 창업이라기보다, 이미 경쟁자가 충분히 많은 시장에 뒤늦게 들어가 ‘왜 또 하나의 통번역 회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PR에서 배운 메시지 전달, 컨설팅에서 배운 구조적 문제 해결, 기업에서 익힌 비즈니스의 관점, 기자로서 배운 사실 검증과 정보 전달의 책임이 모두 지금의 일을 만드는 재료가 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커뮤니랩의 핵심 가치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는 “‘IPO·IR 전문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구상에 대해서는 “단순히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라며 “우선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을 더욱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것에서 출발해, 이후 한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한국 기업·투자자와 소통해야 하는 해외 기업까지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경영 철학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며, CEO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는 《부의 감각》, 《10인 이하 회사를 경영하는 법》,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를 꼽았다. “작은 조직은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훨씬 더 치열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오전 6시에 아침 뉴스를 보며 걷거나 뛰고,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기록해 뒀다가 한두 달 뒤 다시 읽어보는 습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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