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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 “이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약자 편에 선 사회복지 정책학자

  • 양귀영 기자
  • 입력 2026.08.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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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Leader -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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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서강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와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강의와 연구를 이어온 문진영 교수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 분과위원장과 제2대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2018~2020),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 초기부터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를 조직해 정책위원장으로 입법을 이끈 그는 최근 다문화 가족 포용 정책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학자이자 정책 현장 경험자로서 한국 사회의 복지·일자리 정책을 고민해 온 문진영 교수를 만나 그의 학문적 여정과 제언을 들어봤다.

 

 

사회복지라는 학문은 사회문제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후속 조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빈곤, 실업, 고립, 중독, 자살 등의 위험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 실천과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6년에 개설된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전공은 엄격한 학사 운영을 기반으로 우수한 교수진이 탄탄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사회복지 실천가와 연구자를 배출해 왔다. 야간 과정으로 개설된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역시 현대사회의 제반 사회문제를 예방·해결하고 복지사회를 구현할 인간 서비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문진영 교수는 1998년 서강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와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의 전임교수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국민기본선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까지

문진영 교수가 학부를 다니던 1980년대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는 “엄혹한 군부독재가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한편으로, 사회경제적으로는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라며 “그 당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학부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정책, 구체적으로는 복지국가의 건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의 복지국가 발전에 관해서 학문적 관심이 있던 차에, 영국 외무성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 헐 대학교(The Univ. of Hull)에서 사회정책 전공 철학박사(Ph.D in Social Policy)를 취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국민기본선(National Minimum)’이라는 개념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라며 “문명국가의 국민이라면 인간으로서 최소한 인격적 삶을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한국 사회에 착근시켜야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문진영 교수는 서강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는 교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한편,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 초기부터 줄곧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위한 범시민사회를 한데 아우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연대회의’를 조직하고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입법을 추진했다. 이 외에도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단체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의 인권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해 힘을 보탰다. “범시민사회단체를 조직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운동을 이끌고, 입법화에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 이민자 등 다문화 가족의 포용 정책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정책 현장의 경험, 포용 사회를 향한 제언

제2대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2018~2020)를 역임하며 일자리 정책 현장을 직접 이끈 문 교수는 “평생을 학교에 있다가, 처음으로 공직을 맡은 자리가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로 2년 동안 일했다”라며 “이 기간에 저는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바꾸느냐에 관심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경기도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이들의 욕구에 맞춤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물론 출연기관으로서 한계가 있기는 하였지만, 가능하면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로 일하면서, 한국 노동시장 전반에 관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일자리 사업이 바로 청년에게 더욱 많은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 기업에서는 가능하면 경험이 있는 직원을 고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청년은 일 경험이 없으니,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안 되니 일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없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 준비, 또는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쉬었음’으로 응답한 일자리 밖의 20대~30대는 약 16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당장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도 역임한 문진영 교수는 “현재 사회복지정책 연구의 흐름은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 중심 연구에서 인구구조 변화, 사회적 위험의 다변화, 데이터·AI를 이용한 사회서비스, 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구구조 변화가 핵심 연구 의제가 되고 있다”라며 “저출산·고령화의 심화와 1인 가구 급격한 증가, 이주 배경 가족의 증가 등과 같은 가족구조의 변화는 사회복지정책 연구의 중요한 관심 영역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의 희생자인 취약계층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 저출생, 청년 실업, 양극화 심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 그는 “사회복지 정책을 사후적 지원체계에서 예방적이고 통합적인 사회 투자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출산장려정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주거, 고용불안, 돌봄 부담, 교육비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함께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층에 대해서는 복지와 고용정책을 연계해야 하며,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계속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양적 확대와 아울러 효율적인 사회보장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포용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각각 제 역할을 다하는 한편 서로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는 포용 사회의 기본적인 틀과 제도를 법적으로 마련하고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전 생애에 걸쳐 소득 보장뿐 아니라 고용, 교육, 주거, 의료, 돌봄을 연계해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경제적 이윤 추구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라며 “기업이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와 유능한 인재, 디지털 역량을 사회문제의 파악과 해결에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경직된 정부의 관료제나 이윤추구적인 기업이 파악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관료적 타성과 기업의 탐욕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노동시장과 사회복지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는 “한편으로는 산업 생산성을 높여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고,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포용적 노동시장 정책과 더불어 빈틈없는 사회적 안전망의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구체적으로는 재교육 및 직업훈련, 그리고 평생교육을 체계적으로 정비하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데이터·AI 기반하여 복지 행정의 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자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고, 수급 자격을 심사하고, 맞춤형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행정 비용을 줄이고 사각지대 발굴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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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위기와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특히 인구 소멸 지역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저출산의 고도화로 인해 전국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수도권 소재 대학도 이제 안심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학 성격을 바꾸어서, 지역 상생의 센터이자 생애주기별 공공 지식 플랫폼으로 거버넌스 구조와 기능을 탈바꿈해야 한다”라며 “폐쇄적인 상아탑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활짝 문을 열어서 지역사회의 주요한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공공정책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는 학문적 역량을 꼽았다.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라며 “통계자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함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장의 욕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책 기획 및 제도 설계 능력이 아울러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학문적 역량 이외에 사회복지를 전공하려는 학생은 반드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공적 윤리의식을 길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배제된 약자의 삶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복지를 연구하고 실천한 교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 터닝 포인트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복지국가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것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희망을 잃은 청년 세대에게는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우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교육 철학은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좌우명은 에릭 홉스봄의 말을 빌려 ‘이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라며, 즐겨 읽는 책으로는 에릭 홉스봄의 《미완의 시대(Interesting Times)》를 꼽았다. 건강 유지 비결은 수영을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는 것이며, 취미는 등산과 바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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