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sue lnterview - 다독상점 이효원 대표이사

다독상점은 전국 소상공인이 정성껏 만든 좋은 상품을 찾아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온라인에서 파는 상점이다. 올해 8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다독상점’으로 문을 열었고, 상품을 미리 사들이지 않는 위탁판매와 콘텐츠 마케팅 대행을 운영한다. 이효원 대표는 운영과 기획, 상세 페이지와 마케팅을 맡고, 생산자 발굴은 우미화 작가가 MD 겸 공동대표로서 담당한다. 대학 시절부터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꿈꿨던 그녀는 2025년 퇴사 후 프리랜서로 역량을 쌓아 창업에 이르렀다. 이효원 대표를 만나 다독상점의 운영 방식과 철학, 전환점과 중장년층·청년 세대에게 전하는 조언을 들어봤다.
다독상점의 운영 방식은 위탁판매다. 상품을 미리 사들이지 않고, 생산자 대표가 지금처럼 재고를 관리하며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배송한다. 대신 다독상점이 상세 페이지 제작부터 판매 채널 운영, 마케팅까지 맡는다. 별도의 제작비 없이 판매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라 상품이 팔려야 다독상점도 수익이 생긴다. 이효원 대표는 생산자 대표와 다독상점이 같은 목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위탁판매와 함께 운영하는 콘텐츠 마케팅 대행은 가게의 이야기를 블로그와 SNS로 알리는 서비스로, 월 단위 계약으로 진행한다. 판매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위탁판매와 달리 매달 일정한 수익이 생겨 상점의 기반을 받쳐 준다. 두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2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AI 웹앱은 소상공인이 적은 비용으로 온라인 판매를 준비할 수 있게 돕는다. 가게에 맞는 키워드를 뽑아 블로그 글 작성까지 이어 주는 기능, 상품에 맞는 판매 전략과 SNS 채널을 분석하는 기능, 카피와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 주는 기능을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했다.
“좋은 물건은 왜 묻히는가?”
이효원 대표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좋은 물건은 왜 묻히는가?”다.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이 부딪히는 벽은 세 가지다. 첫째는 광고비다. 1인 소상공인은 인건비를 아끼려고 생산부터 포장, 배송까지 혼자 하기에 광고에 쓸 여력이 없다. 둘째는 최저가 경쟁이다. 비슷한 상품이 넘치는 시장에서 결국 가격을 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느낀다. 셋째는 AI로 찍어낸 듯 비슷비슷한 상세 페이지다. 이 상품만의 이유가 드러나지 않으면 고객의 눈에 띄기 어렵다. 그녀는 부족한 것이 상품이 아니라 ‘이 물건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 전략을 소상공인 대신 세워 주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AI로 만든 비슷한 페이지가 늘어날수록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가 눈에 띈다는 것이 그녀의 믿음이다.
국민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꿈꿨지만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다. 사업을 하려면 디자이너, MD, 마케터, 개발자가 필요했는데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꿈을 접고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너 할 일이나 잘해”라는 말이 돌아왔고, 이대로 30대, 40대, 50대가 되어도 주어진 일만 반복하면 크게 후회하겠다는 생각에 2025년 회사를 나왔다. 곧바로 창업하지 않고, 원하는 사업을 직접 해낼 역량부터 갖추기로 했다. 프리랜서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고 블로그를 공부해 작은 외주부터 시작했으며, 키워드를 분석하고 반응을 보며 콘텐츠를 고치는 법을 익혔다. 행사 현장에서는 음향과 조명까지 다뤘다. 그렇게 보낸 1~2년이 지금의 사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고, 모르는 일도 배우고 시도하며 자기 역량으로 만드는 태도가 자신의 강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AI의 시대가 왔다. 이것저것 해본 경험에 AI가 더해지자, 예전에는 여러 사람에게 맡겨야 했던 일을 혼자 해낼 수 있게 됐다. 상품 기획과 카피 작성, 캔바를 활용한 상세 페이지 디자인, 블로그 키워드 분석, 다독 스튜디오의 웹앱 프로토타입까지 직접 만든다. 대학생 때 없던 팀이 비로소 갖춰진 것이다. 다만 좋은 생산자를 알아보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연결하는 일은 끝내 혼자 할 수 없었다. 이 일은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우미화 작가에게 MD로 맡기고, 운영과 상세 페이지, 마케팅은 이효원 대표가 책임지는 구조로 사업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다독상점이 시작됐다.
발굴부터 판매까지, 다섯 단계의 협업
소상공인과의 협업은 다섯 단계다. 첫째는 발굴로, 우미화 작가가 오랜 신뢰 관계 속에서 좋은 생산자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입점한 10곳 모두 소개로 인연이 닿았다. 둘째는 인터뷰로, 대표를 만나 왜 이 물건을 만들게 됐는지 듣고 지금까지 생산자 스토리 콘텐츠 10편을 만들었다. 셋째는 모든 상품을 직접 먹어 보거나 써 보는 것이다. 넷째는 상세 페이지 제작이다. 마케팅 원칙과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제기, 해결 방식, 카피 방향을 지침과 자료로 정리해 AI에 입력하면 AI가 상품에 맞는 구조와 초안을 만들고, 최종 판단과 수정은 그녀가 한다. 예전에는 2~3일을 꼬박 매달려야 했던 작업이 지금은 카피와 대본 기획부터 최종 검수까지 하루면 끝나며, 이렇게 34개의 상세 페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다섯째는 판매와 홍보로, 스토어 운영과 블로그·스레드 홍보는 다독상점이, 배송은 생산자 대표가 맡는다.
한나베이커리 대표는 브라우니의 원재료와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지 못하고 매장 진열대에만 올려 두고 있었다. 이효원 대표는 대표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부터 꺼냈다. 매일 그날 구워 낸다는 것, 유기농 밀가루와 국내산 우유 버터, 고급 초콜릿 원료를 쓴다는 것, 꾸덕꾸덕하고 진한 식감이 커피 한 잔과 특히 잘 어울린다는 것, 기업 행사나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는 정보까지 고객이 묻기 전에 알 수 있도록 하나의 상세 페이지에 정리했다. 한나베이커리 대표는 처음으로 브라우니를 온라인에서 소개할 수 있는 상세 페이지를 갖게 되었다.
‘많이 파는 상점보다 사람을 오래 남기는 상점’이라는 철학의 뿌리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 앞 대신시장의 상인들은 하굣길의 그녀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자리를 내주었다. 그때 그녀는 “이 떡볶이는 이렇게 맛있는데, 왜 아주머니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실까?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사회적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거리가 되었다. 대학 시절 복지관 봉사로 홀로 사는 어르신 댁에서 생신 잔치를 해 드린 일이 계기가 되어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는 어르신들께 레시피를 받아 반찬을 만들어 파는 ‘할미찬’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아이디어로 서울시 일자리 해커톤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다독상점은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만든 상점이다. 한 번 팔고 끝나는 거래보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오래 웃을 수 있는 관계를 남기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다.

“일단 두드리고, 끝까지 해낸다”
가장 어려운 일은 각 업체의 상품이 잘 팔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업체마다 고객도, 강점도, 이야기도 달라 정답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품마다 새로 공부한다. 가장 큰 보람은 한 입점 대표에게 들은 말이다. 나 대신 우리 물건의 좋은 점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 줘서 고맙다는 말에 그녀는 대신시장의 떡볶이 아주머니를 떠올렸고, 어린 시절 자신이 바랐던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 8월 문을 연 다독상점은 두 달 만에 생산자 10곳과 상품 34개가 입점했고, 마케팅 대행 5곳을 더해 15곳의 소상공인과 함께하고 있다. 유료 광고는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모든 인연이 소개로 이어졌다. 남은 목표는 올해 다독상점 ai웹앱을 출시해 소상공인 10곳에 무료 베타로 열고, 입점 상품 가운데 리뷰가 0개인 상품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가격보다 이야기로 경쟁한다는 것이 다독상점의 비결이다. 그 물건을 누가, 왜,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를 전해 가격 말고도 고를 이유를 고객에게 건넨다. 은퇴한 부부가 직접 로스팅한 차는 맛보다 먼저 부부가 함께 새 일을 시작한 이야기로 소개한다. 또 하나는 믿고 맡긴 생산자가 또 다른 생산자를 소개해 주는 관계의 순환 구조이고, 마지막은 위탁판매 수익을 월 단위 마케팅 대행 수익이 받쳐 주는 균형 잡힌 수익 구조다. 입점 기준도 바꾸지 않는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소상공인의 상품일 것, 그녀가 직접 먹어 보거나 써 본 상품일 것, 받는 사람의 하루를 토닥여 줄 ‘다독임’에 도움이 되는 좋은 상품일 것이다. 핵심 가치는 생산자가 가진 좋은 점을 고객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고, 비전은 대학생 때 자신에게 없던 ‘팀’을 소상공인 한 분 한 분께 나눠 드리는 것이다. 고객에게는 직접 경험한 것만 말하고 생산자의 이야기는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것이 두 신뢰를 모두 지키는 길이라고 한다. 이름 ‘다독상점’은 ‘다독이다’에서 왔다. 좋은 물건을 만들고도 알릴 방법을 몰라 지쳐 가는 소상공인을 곁에서 다독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격보다 이야기로 경쟁한다는 것이 다독상점의 비결
이효원 대표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올해 6월 12일, 북콘서트 무대 뒤에서 강연을 들은 날을 꼽는다. 그날 그녀는 조명·음향·영상을 총괄하는 스태프로 컨트롤박스에 있었고, 무대 위 우미화 작가는 성공담을 과장하지 않고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일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외롭고 용감한 일인지를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이 대표는 그 용기를 흘려보내지 않고 작가가 운영하는 카페로 직접 찾아갔다. 마침, 작가가 스마트스토어 상세 페이지로 고민하고 있어 한 달 동안 외주로 작업하며 실력으로 증명했고, 함께 일하자는 말에 며칠 만에 사업계획서와 발표 자료를 준비해 MD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8월 다독상점이 문을 열던 날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작가에게 갔다.
중장년층에게는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이 이미 그 자체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판로와 도구이며, 도구는 몰라도 함께할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창업을 망설이는 젊은 세대에게는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려면 영영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부터 할 줄 아는 게 많았던 것이 아니라 해보면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추천 도서는 파트너인 우미화 작가의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 그녀는 이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자주 흔들렸다. 6월의 그날 컨트롤박스에서 들은 책 제목 한 줄이 그 시간을 다르게 보게 했다.
“저는 제가 인생에서 떨어지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잠시 고도를 낮추고 있었던 거더라고요. 그걸 알고 나니 다시 올라갈 용기가 생겼어요.”
지금 만나는 소상공인들도 같은 자리에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좋은 물건을 만들고도 알리지 못해 지쳐 있는 시간 역시 잠시 고도를 낮추어 나는 시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그녀의 경영 철학도 여기서 나왔다. 생산자도, 다독상점도 함께 고도를 올리는 구조다. 그녀는 매일 아침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쉬는 날에는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 낯선 동네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은, 좋은 물건 뒤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지금의 일과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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