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Leader - 국립민속박물관 장상훈 관장

국립민속박물관은 모든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곳이다. 전통 시대 조상들의 삶부터 오늘날 현대인의 삶까지, 한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의 삶까지 동서고금의 삼라만상을 다루는 박물관을 지향한다. 올해 4월 25일 개관 80주년을 맞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장상훈 관장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세계 민속자료의 수집과 조사, 세종시 박물관단지의 신관 건립을 이끌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박물관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를 만나 박물관의 성과와 향후 계획, 세계 민속 상설 전시 구상, 인생의 전환점과 청년 세대를 향한 조언을 들어봤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나와 우리, 그리고 이웃의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한 물질 자료와 비물질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고, 그 내용을 전시와 학습 프로그램에 담아 대중과 공유한다.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범위를 따로 설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장상훈 관장은 이런 지향이 <문화체육관광부 및 그 소속기관 직제>에 규정된 임무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3대 국립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민속박물관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20여 년 동안 진행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편찬 사업을 꼽았다. 세시풍속, 신앙, 문학, 일생 의례, 예술, 의식주, 생업 기술 등 한국 민속의 세부 주제를 매년 사전으로 편찬하며 한국 민속문화를 집대성해 왔고, 국내 어떤 박물관도 하지 못한 독보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음향·사진·동영상까지, 110만여 점의 민속 아카이브
민속 아카이브 구축 사업도 짚었다. 민속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서는 민속 유물 같은 물질 자료와 함께 음향 자료, 사진, 동영상 등 비물질 자료인 아카이브 자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일찍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해 2007년 아카이브 자료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료를 수집해 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110만여 점의 자료를 수집해 디지털화를 마쳤고, 이를 웹페이지로 서비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계획은 2031년까지 세종시의 박물관단지에 신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현재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설계를 마친 뒤 연말쯤 기공식을 열 계획이다. 장 관장은 단순한 이전 사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대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를 새 공간에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도 세계로 창을 여는 일이다. 대중에게는 여전히 한국의 전통 민속만을 다루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런 인식을 과감히 돌파할 시점이라고 본다. 취임 후 한 달 뒤쯤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을 밝힌 뒤 줄곧 실천에 힘써 왔다. 급선무는 세계 여러 문화권의 민속유물을 조사하고 수집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세계의 축제를 중심 주제로 삼아 남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대표적인 축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헝가리의 부소야라쉬, 페루의 인티라이미 태양절 축제,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축제, 인디아의 오남 축제가 1차 대상이다. 국내 수집가들이 외국에서 수집해 소장 중인 외국 민속자료의 구입 사업도 힘 있게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것은 학창 시절부터 가진 꿈이었다. 초등학교 때 외부 행사로 찾은 경복궁의 옛 건축물이 마음에 끌린 것이 시작이었고, 고적 사진을 스크랩하고 우표를 수집해 우표첩에 배열하던 일도 박물관 일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TV로 본 실크로드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영향을 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관련 학과로 진학을 결정했고,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하는 행운을 얻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과장으로 외국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와 한국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는 전시를 함께 맡으며 국가 간 문화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고, 국립민속박물관에 부임하자마자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을 설정한 데도 이때의 경험이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가장 큰 강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국인의 일생, 한국인의 일 년이라는 상설 전시 테마가 이를 잘 보여준다. 누구나 계절의 변화 속에서 한 해를 살고 일생을 살아가기에 전시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세대 간 대화의 박물관이 된다. 외국인 관람객도 늘고 있다. 올해는 이미 10월 둘째 주에 작년 전체 외국인 관람객 수를 넘어섰다. 경복궁 안에 있다는 입지도 큰 장점이지만 장 관장은 그것만으로는 진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본다. 외국인 관광객이 경복궁에서 궁정문화를 경험한 뒤 한국인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가장 인기가 높은 “한국인의 일생” 전시관은 일생 의례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일 년” 전시관은 세시풍속을 바탕으로 삶을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외경
“세계로 열린 창”은 양방향의 창
북한 민속을 다룬 특별전도 열었다. 현대 한국인의 문화에는 분단 이전 자연스레 주고받던 북녘땅의 문화가 배어 있어 우리를 이해하는 데도 그들을 이해하는 데도 북한 민속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시 제목을 ‘제로’로 지은 것은 이러한 문화를 기억할 것인가 망각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복 이전 북한 지역 민속문화유산을 한자리에 소개한 이 전시에서 그는 관객들이 북녘 민속문화유산의 동질성과 다양성을 느끼며 공존과 교류, 평화의 실마리를 천천히 꾸준히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박물관의 관외 수장고가 있는 파주 헤이리에서 매주 한 번 근무하며 북녘의 개성 땅을 바라보는 그는 파주에 분단 이전 북녘땅의 민속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민속을 소개하는 상설전시실도 구상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8년 세계 민속을 다루는 것을 정부 직제에 임무로 설정한 이래 비교 민속의 관점에서 세계 보편의 민속문화를 조사하고 특별전을 열어 왔다. ‘유라시아 문화(2010년)’,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 샤먼(2011년)’, ‘혼례(2012년)’, ‘청바지(2014년)’, ‘밥상지교(2015년)’, ‘쓰레기×사용설명서(2017년)’, ‘호모 소금 사피엔스(2018년)’,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2023년)’ 등이 그 예다. 이제 이 축적을 바탕으로 세계 민속을 상설전시실에 담겠다는 것이다. OECD 주요 국가 중 세계민속박물관이 없는 나라는 없고, 독일에는 14개나 되며, 일본에는 국립민족학박물관이 있다. 장 관장은 타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없이 자국 문화의 자랑에만 그치면 국제사회에서 합당한 지도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친구와 애환을 들어주는 친구 중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는 누구나 안다고 말했다. 첫 주제는 얼굴이다. 희로애락이라는 인류 보편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에 삶의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때문에 각기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 점도 유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종 신관은 2024년 하반기 국제설계공모로 설계안을 선정했다. 중심성보다 개체성을 강조하는 민속박물관의 정체성에 맞게, 한 덩어리의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전통 시대 마을 풍경처럼 여러 지붕이 어우러지는 디자인이다. 올해 초 기본설계를 마쳤고 현재 실시설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공사를 마치고 2031년 개관하는 것이 목표다. 그가 말하는 세계로 열린 창은 양방향의 창이다. 한국인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에게는 한국을 바라보는 창이다. 한국은 교류라 쓰고 홍보라고 읽는 한 방향의 홍보에 집중해 왔지만, 한류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의 삶과 문화에 무엇을 알고 어떤 관심이 있는지 한국인들이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현 청사는 세종 본관 건립 이후에도 한국 민속 전문관으로 일정 기간 운영되길 희망한다. 1993년 이래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유료화 논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면서도, 박물관 서비스는 공공재라고 생각하며 국공립 박물관은 무료로 운영해 문턱을 낮추는 것이 현 단계에서 좋다는 견해다. 입장료로 확보할 재원은 전체 운영 경비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고, 입장료 수입을 바로 세출 예산으로 쓸 수 없는 재정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대신 ‘기부로 함께 만들어 가는 박물관’을 목표로 관객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유물 구입 같은 특정 사업에 활용하길 제안했다. 한국 문화 홍보라는 목적이 유효한 만큼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민속은 문화 창조의 원천
민속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가꾸며 엮어낸 수많은 사연과 보편적인 기대와 소망, 욕망이 담긴 것이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간과 사회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민속만 한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 박물관의 역사가 고고학이나 미술사학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민속에 관한 관심이 부차적이었고, 그래서 그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짚었다. 한국 민속의 매력적인 요소들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문화 창조의 원천이 되어야 하며, 여러 문화의 요소가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융합될 때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므로 타문화의 장점을 수용하며 자국 문화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생활의 세 가지 덕목으로는 정직, 유능, 친절을 꼽았다. 정직함 없는 유능함은 위험하고 유능함 없는 정직함은 아쉽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함께 상의해 사업 방향을 찾아가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직원의 역량과 열정을 끌어내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관장으로서 가장 큰 보람은 오랜 시간 구상해 온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을 세상에 내놓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브라질 리우 카니발 조사 자료를 파주관에서 전시했을 때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 룰라 대통령 부인이 찾아와 쌍방향의 진지한 문화 교류가 되었다고 느꼈다. 앞으로 비전을 실현할 예산과 인력, 직제가 확충되기를 기대하며. 인생의 전환점은 3년 4개월 동안 국립진주박물관 관장으로 근무한 시기다. 대부분의 박물관 생활을 서울에서 해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던 그는 진주에서 지역의 입장에서 박물관과 문화를 바라보는 ‘개안’의 순간을 경험했다. 상호 이해와 존중의 대상을 국내 여러 지역으로 하면 로컬리제이션, 다른 나라와 민족으로 하면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비전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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