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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가는 리더 03 - 지금 내가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정진이 대표 기자
  • 입력 2026.08.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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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의 기획안

한 임원은 회의 때마다 두꺼운 파일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그 파일은 매번 열리지 않았다. 나중에 그를 직접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을 때 물었다. 파일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10년 전에 혼자 쓴 기획안이요. 당시 직속상관이 보지도 않고 돌려보냈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게 지금 회사의 주력 사업이랑 거의 같은 방향이더라고요. 그게 생각날 때마다 꺼내봐요. 내가 피하고 싶을 때.”

 

지금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파일이 그에게 매일 던지는 질문이었다.

 

회피와 우선순위는 다르다

피하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현명한 우선순위 결정이다. 그런데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편하거나 두려워서 계속 미루는 것이 있다. 그것이 회피다.

회피는 관계에 흔적을 남기고, 조직에 누적된다. 그 흔적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관계가 먼저 알아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임원에게 솔직한 말을 못 했던 한 대표가 말했다.

 

그 임원이 스스로 나갔어요. 그때 알았어요. 우리 관계가 사실 오래전부터 식어 있었다는 걸. 제가 말하지 않으면서 마음도 닫아간 거였어요.”

 

회피는 말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것, 마주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회피들이 쌓이면 결국 관계가 먼저 알아챈다.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사람들

실패한 이야기를 꺼내다가 울컥하는 사람이 있다. 한 중견기업 대표가 그랬다.

창업 초기, 농산물 유통 사업이 완전히 무너지던 시절 이야기였다. 창고에 쌓인 재고가 썩어가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했다.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알았어요. 제가 진짜 두려워한 게 실패가 아니었다는 걸. 실패를 대하는 제 태도가 문제였다는 걸.”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잠깐 멈췄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것은 그 무게를 제대로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 빠르게 잊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를 자신에게 정직하게 묻는 것이다.

이 실패를 어떻게 나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은 실패가 끝난 뒤에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가 진행되는 한가운데에서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피하는 것을 마주하는 연습

지금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던지는 리더들이 있다.

한 공기업 기관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에 이 질문을 수첩에 적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주에 마주하겠다고 쓴다고.

 

모두 마주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런데 쓰는 것만으로도 달라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니까. 인정하는 것이 마주하는 것의 첫걸음이에요.”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알면서 피하는 것은 선택이고, 모르면서 피하는 것은 습관이 된다. 그 선택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달의 질문

지금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피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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