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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먼저입니다(4)

  • 정진이 대표 기자
  • 입력 2026.08.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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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자 생활 초기에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내가 하는 질문이 어리석어 보일까 봐, 상대가 당황할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안전한 질문만 했다. 예측할 수 있는 답이 나올 것 같은 질문들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안전한 질문에서는 안전한 대답만 돌아오고, 안전한 대답은 결코 진실에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질문이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진실이 두려웠던 것임을 훨씬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 태도가 바뀐 것은 기자 생활 초기 어느 선배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좋은 질문은 상대가 스스로도 몰랐던 것을 꺼내게 한다. 나쁜 질문은 상대가 이미 알고 있던 것조차 닫아버리게 한다.’라는 그 말 한마디가 질문을 대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그 이후로 필자는 질문을 준비할 때마다 이것이 상대를 여는 질문인가, 닫는 질문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질문의 방향이 대화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이해했다.

 

관계를 망치는 나쁜 질문의 가장 흔한 패턴은 답의 범위를 미리 좁혀 버리는 것이다.

 

이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시죠?”라는 질문은 상대를 예스또는 의 선택지 앞에 세운다.

이것은 대화가 아니라 확인이다. 그 순간 상대는 이미 결론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꺼낼 공간이 없다는 것도 느낀다. 상대가 하고 싶었던 진짜 말은 그 확인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다.

 

반면 이 결정을 내리면서 가장 오래 고민하신 부분이 어떤 건가요?”라고 물으면 상대의 생각 과정 전체가 열린다.

 

그 안에서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온다. 닫힌 질문과 열린 질문의 차이는 단어 몇 개의 차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대화의 깊이는 천양지차다.

 

같은 주제를 묻더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그 차이가 대화의 수준을 가른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실수는 질문 속에 판단을 숨겨 두는 것이다.

 

실패한 경험을 털어놓는 이에게 왜 그런 선택을 하셨어요?”라고 묻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이유를 묻는 듯 보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해명과 변명을 요구하는 날 선 심문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상대는 즉각 방어벽을 치고 마음을 닫아버린다. 질문 속에 숨겨진 판단 하나가 그 대화를 통째로 닫아버리는 것이다.

 

라는 단어 대신 그때 어떤 판단이 있으셨어요?” 혹은 그 결정 과정을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바꿔보라.

 

같은 내용을 묻는 것이지만 상대가 느끼는 온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상대의 생각 과정을 온전히 존중하면서도 훨씬 부드럽고 풍성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판단 대신 호기심을 담는 것, 그것이 질문의 온도를 바꾼다.

 

좋은 질문의 세 번째 조건이 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묻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던지는 질문은 상대를 가르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 욕망이 질문을 망친다.

 

반대로 저는 이 분야를 깊이 알지 못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짚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단단히 닫혀 있던 상대의 방어막을 흔든다.

 

모른다는 솔직함이 오히려 가장 강한 질문이 된다.

 

그 솔직함이 상대를 선생의 자리에 세우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꺼낸다.

 

30여 년간 수천 번의 인터뷰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가장 풍성한 대답은 항상 열린 질문에서 나왔다.

 

어땠어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그때 무엇을 느끼셨어요?” 단순하고 짧은 질문들이다.

그런데 그 안에 판단이 없고, 공간이 있다.

 

상대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방향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가장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거창한 질문보다 단순하고 열린 질문 하나가 훨씬 많은 것을 꺼내게 한다.

 

오늘 당신이 나누는 대화에서 한 가지만 실험해 보기를 권한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확인하러 가는가, 아니면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진짜로 궁금한가.

 

그 차이가 당신의 질문을 바꾸고, 당신의 질문이 대화를 바꾼다. 마음을 여는 좋은 질문과 관계를 망치는 나쁜 질문의 경계는 결국 이것이다.

 

이 질문이 나를 위한 것인가, 상대를 위한 것인가.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궁금함에서 나온 질문만이 상대의 굳게 닫힌 문을 조용히 열 수 있다

 

정진이 대표 사진자료.JPG

정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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