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기업 - ㈜모멘트큐브 정한직 대표이사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서류 속 사건번호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가족과 기업과 지역사회 전체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오랜 시간 손해사정 업무를 통해 사고 이후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해온 ㈜모멘트큐브 정한직 대표는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 사고를 처음부터 막을 수는 없었을까.” 그 물음 하나가 그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모멘트큐브는 AI 영상분석과 산업안전 데이터, 생성형 AI, 현장 제어 기술을 결합하여 위험을 감지하고 판단하며, 궁극적으로는 실행까지 연결하는 산업현장 AI 전문기업이다. 정 대표가 꿈꾸는 것은 단순한 안전관리의 자동화가 아니다. 사람이 매 순간 위험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스템이 먼저 움직이는 세상, 즉 ‘안전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기술과 현장 경험, 그리고 문제의식을 하나로 모아 산업안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정한직 대표를 만났다.
(주)모멘트큐브는 2023년 설립된 산업현장 AI 전문기업이다. 회사의 출발점은 창업자 정한직 대표의 오랜 직업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신체손해사정사로 수십 년간 일하면서 수천 건의 사고 사례를 직접 다뤄온 그는, 사고 이후의 처리 과정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과 반복적으로 마주쳤다. 한 번의 산업재해나 화재 사고는 한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가족, 기업, 동료, 지역사회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정 대표는 “사고 이후를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고, 그것이 모멘트큐브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모멘트큐브의 핵심 가치는 ‘안전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이는 안전을 소홀히 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안전이 너무나 당연하게 작동하여 사람이 매 순간 위험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시스템이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재 산업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주의력과 관리자의 경험, 사후 점검, 수기 보고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모멘트큐브는 이 구조를 AI와 데이터 기반의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위험을 ‘보는’ AI에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로
모멘트큐브의 대표 솔루션은 ‘안전네컷’과 ‘불꽃네컷’이다. 안전네컷은 산업현장의 CCTV 영상이나 현장 이미지를 분석하여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위험 요인과 판단 근거, 조치 사항을 구조화해 안전관리자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기존의 단순 객체 탐지 중심 솔루션이 ‘무엇이 보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안전네컷은 ‘왜 위험한가’,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가’까지 연결하는 판단형 AI 솔루션이다.
불꽃네컷은 폐기물 처리시설, 제조공장, 물류창고 등 화재 위험이 높은 산업현장에서 불꽃과 연기,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AI 기반 화재 예방 솔루션이다. 실제 산업현장 실증을 통해 불꽃·스모크 감지, 실시간 영상 처리, 현장 제어 연동 가능성을 검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해가고 있다.
모멘트큐브 솔루션의 차별점은 단순 탐지형 AI가 아닌 판단형, 더 나아가 실행형 AI를 지향한다는 데 있다. 영상 속 객체와 작업 행동, 공간 구조, 설비 상태, 위험구역, 보호구 착용 여부를 함께 분석하여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람이 단순히 화면에 보인다는 사실보다, 그 사람이 위험구역에 있는지, 주변에 지게차나 컨베이어가 있는지, 불꽃이나 연기와 같은 이상 징후가 있는지, 즉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지를 함께 판단하는 구조다.
또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강점이다. 산업안전은 감지만큼이나 기록과 조치가 중요하다. 모멘트큐브는 AI 분석 결과를 위험성 평가, 점검표, 사고 예방 보고서, 조치 권고 형태로 전환하여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조직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가 ‘위험합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위험한지, 어떤 근거가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R&D 성과에서 상용화로, 기술 검증의 무게
모멘트큐브는 2023년 설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2024년에는 초기창업패키지와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 R&D에 동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창업 1년 차 기업으로서 기술 개발 가능성과 시장 적용 가능성을 함께 인정받은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2025년에는 우수 R&D 수행과 실증 성과를 통해 실제 산업현장에서 작동하는 AI 안전관리 솔루션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제품화와 상용화 준비로 연결해왔다. 특히 인천환경공단과의 산업현장 AI 안전관리 실증(PoC)은 모멘트큐브의 기술이 현장 조건과 운영환경, 담당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였다.
현장 실증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과 현장의 간극이었다. AI 모델은 정해진 데이터와 환경에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 카메라 각도, 조명, 분진, 진동, 사각지대, 장비 배치, 작업자 동선, 현장별 위험 기준이 모두 다르다. 같은 ‘위험 상황’이라도 공장과 물류창고, 폐기물 처리시설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AI 기술 자체보다 “정말 우리 현장에서 쓸 수 있는가”, “오탐은 얼마나 되는가”, “관리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부분을 맞추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정 대표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보람 역시 현장에서 나왔다. 실제 산업현장에 솔루션을 적용하고, 고객이 “이런 방식이면 현장 안전관리에 도움이 되겠다”고 반응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 경험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현장에서 신뢰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2026년 현재 모멘트큐브의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는 실증 성과를 상용 제품과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품 기능 명세, 인증, 사용자 문서, 운영 프로세스, 고객지원 체계까지 함께 정비하고 있다. GS인증 등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과 공공 조달시장 진입 준비를 통해 공공기관과 중소사업장이 신뢰하고 도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Agentic AI에서 피지컬 AI로, 산업안전의 미래를 설계하다
정한직 대표는 모멘트큐브의 기술 방향을 크게 네 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첫째는 위험을 감지하고 이해하는 AI다.
CCTV와 현장 이미지를 통해 작업자, 설비, 화재, 위험구역, 보호구 착용 여부 등을 분석하고, 단순 객체 탐지를 넘어 ‘왜 위험한 상황인지’까지 해석하는 단계다. 둘째는 판단을 실행으로 연결하는 Agentic AI다. AI가 불꽃이나 이상 발열, 위험구역 접근, 보호구 미착용 같은 상황을 감지했을 때 단순 알림에 그치지 않고, PLC와 연동해 설비를 정지시키거나 물 분사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감지·판단·실행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 예지보전 분야로 확장하는 단계다. 데이터센터, 배전반, 수배전반, 제조설비처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열, 전류, 진동, 소음, 영상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이상 징후를 분석해 위험의 원인을 미리 예측하고 제거하는 방향이다. 넷째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현장 운영 체계로 연결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현장을 이해하고, 위험을 판단하고, 원인을 예측하며, 물리적 장치와 연결되어 실제 조치를 수행하는 AI가 최종 목표다.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AI가 실제 현장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습니다. 모멘트큐브는 안전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현장의 위험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경영 철학과 사람을 향한 기술
정한직 대표의 좌우명은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묵묵히 걷는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보면 시장의 변화, 기술의 흐름,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동시에 모든 것을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조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방향을 날카롭게 보고, 실행은 꾸준하고 묵직하게 이어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그의 경영 원칙의 핵심은 “실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하고 싶은 기술, 보여주기 좋은 기술, 투자자에게 설명하기 좋은 기술에 집중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기업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정 대표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이 기능이 현장 담당자의 일을 줄여주는가”,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가”, “실제 도입 가능한 가격과 구조인가”,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품질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기업 문화는 한마디로 현장 중심, 실행 중심, 학습 중심이다. 산업안전 분야는 책상 위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 현장을 보고,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위험이 발생하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스타트업은 모든 조건이 갖춰진 뒤에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단위로 실행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다시 개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AI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산업현장의 요구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 배운 지식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배우고 적용하는 조직이 되고자 한다.
정한직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IMBA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공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AI 관련 도서(룰셋, 7월 발간 예정) 출간도 앞두고 있다. CEO들에게 권하는 책으로는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을 꼽는다.
사고 이후의 세계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 사고 이전의 세계를 바꾸겠다는 결심으로 세운 회사, 모멘트큐브. 정한직 대표의 눈빛에는 기술에 대한 확신과 사람의 안전에 대한 진지한 책임감이 함께 담겨 있었다. 피지컬 AI라는 큰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오늘 고객의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능 하나를 정확히 만드는 일이 결국 미래를 만든다고 믿는 그의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산업안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BEST 뉴스
-
너울샘컴퍼니 김옥수 대표이사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100번이 가르쳐 준 삶의 지혜, 돌봄 교육으로 세상을 채우다”
생존을 위해 시작한 일이 재미가 되고, 그 재미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소명으로 이어진 사람이 있다. 너울샘컴퍼니 김옥수 대표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출발했지만 3교대에 지쳐 낮에는 개인병원 간호사로, 밤에는 강사로 일하며 삶과 타협하던 그녀는 10년이 넘는 요양보호사 양성 강의 현장에서 차곡차곡 내공을 ... -
이앤이케어(E&E CARE) 박현희 대표이사 “우물이 아닌 마을을 만드는 사람, ‘CARE’로 사람의 가능성을 연결하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교육자, 금융인, 경영 컨설턴트를 거쳐 지금은 대표이사이자 연구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앤이케어(E&E CARE)의 박현희 대표다. 누군가는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라고 했지만, 그녀는 오래된 친구의 한마디에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이해했다. “넌 우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마을을 만들... -
셀라스(Selahs) 송진아 대표이사 브런치카페·갤러리·공연·독서 모임이 하나로 이어지는 문화 플랫폼
셀라(Selah)는 히브리어로 ‘잠시 멈추고 돌아보다’라는 뜻이다. 바쁜 일상에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어진 이름이 공간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약 6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셀라스(Selahs)를 이끄는 송진아 대표는 미국 Johns Hopkins U... -
서산시의회 김혜림 시의원 최연소 통장에서 도당 대변인 그리고 서산시의원으로, QR 공약집으로 주민과 소통하는 청년 정치의 새바람
일본 KIST 국제고와 캐나다 UBC를 졸업하고 IT 기업에서 근무하다 코로나 시기 귀국한 뒤, 2021년 예천동 최연소 통장으로 지역사회에 첫발을 디딘 인물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대변인과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쳐 민선 9기 서산시의회에 입성한 김혜림 시의원이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선거에서, 3선에 ... -
《성찰과 사유의 여적》 김용섭 저자 “법은 인문의 뿌리에 닿을 때 비로소 온전한 규범이 된다”
법학자의 저서에 추도사와 묘갈명(墓碣銘)이 실리고, 비교만필, 시(詩)와 법정책 비평이 나란히 놓인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법학을 전공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독일 만하임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법제처 공직 생활을 거쳐 경희대 법대와 전북대 로스쿨에서 오랜 기간 후학을 양성한 김용섭... -
㈜에프엠에셋 사과나무지사 김승주 지점장 씨앗을 심고 계절을 기다리듯, 고객의 노후를 함께 디자인하는 보험 전문가
꽃집 아줌마에서 플로리스트로, 원예치료사로, 그리고 보험 지점장으로. 그 모든 여정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에프엠에셋 사과나무지사 김승주 지점장이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약 20년간 꽃집 수다쟁이 꽃집 아줌마를 운영하며 플로리스트로 살아온 그녀는, 사회복지법인 당진...
NEWS TOP 5
-
1
너울샘컴퍼니 김옥수 대표이사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100번이 가르쳐 준 삶의 지혜, 돌봄 교육으로 세상을 채우다”
-
2
이앤이케어(E&E CARE) 박현희 대표이사 “우물이 아닌 마을을 만드는 사람, ‘CARE’로 사람의 가능성을 연결하다”
-
3
셀라스(Selahs) 송진아 대표이사 브런치카페·갤러리·공연·독서 모임이 하나로 이어지는 문화 플랫폼
-
4
서산시의회 김혜림 시의원 최연소 통장에서 도당 대변인 그리고 서산시의원으로, QR 공약집으로 주민과 소통하는 청년 정치의 새바람
-
5
《성찰과 사유의 여적》 김용섭 저자 “법은 인문의 뿌리에 닿을 때 비로소 온전한 규범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