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lnterview - ㈜인피니트그룹 오기환 대표이사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공장, 기계와 같은 유형의 자산이 아니다. 바로 소비자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브랜드 이미지’라는 무형의 자산이다. 인류가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온 것처럼, 일상생활 속 브랜드 역시 끊임없이 태동하고 성장하며, 때로는 쇠퇴의 길을 걷기도 한다. 이러한 치열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34년간 수백 여개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탄생시키며, 무형의 가치를 매출이라는 유형의 자산으로 치환해 온 전문가가 있다. 1992년 ㈜인피니트그룹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 10년간 국내 다양한 성공사례의 경험을 쌓은 후, 샌프란시스코 메타디자인(Meta Design)에서의 글로벌 경험을 거쳐 현재 ㈜인피니트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기환 대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MI 리브랜딩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그랜드슬램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고, 롯데그룹, 파라다이스그룹, 아모레퍼시픽 ‘롱테이크, ‘해피바스’, 하이트진로의 ‘테라’, ‘켈리’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좋은 디자인이 곧 좋은 비즈니스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 시대를 관통하며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는 브랜드의 비밀을 정교한 프로세스와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오기환 대표가 이끄는 ㈜인피니트그룹은 기업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궁극적으로 매출이라는 유형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브랜딩 전문 회사다. 오 대표는 브랜딩이 한 명의 천재적인 전문가나 우연한 영감에 의존하는 작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정교화된 프로세스와 다양한 전문가들의 치열한 협업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이자 과학이다. 그가 인피니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대학교 4학년 1학기 무렵, 교수님의 추천으로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정식 디자이너를 거쳐 디자인 실장까지 10년간 국내 굴지의 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역량을 다졌다. 당시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해외 디자인 전문 회사에 CI(Corporate Identity) 개발을 맡기던 시대적 붐은, 젊은 디자이너였던 그에게 글로벌 무대에 대한 강렬한 갈증과 꿈을 심어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메타디자인(Meta Design)에 합류하게 된 그는, 4살 아들과 갓 태어난 딸을 포함한 네 식구를 이끌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미국 땅에서 치열한 적응기를 거쳐야만 했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은 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근무 이틀째,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에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일제히 “Bless you!”를 외쳐 깜짝 놀랐던 일화는, 재채기 시 혼이 빠져나간다고 믿어 신의 가호를 바라는 서구의 문화를 이해하는 낯설고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러한 이국에서의 경험들은 그의 디자인적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 감각을 체화하는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다.
‘직장’을 넘어 ‘직업’으로, 지속 가능한 전문성을 향한 집념
오랜 기간 한 조직에서 성장하며 ‘인피니트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오 대표가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일 자체에 대한 재미와 애정’, 그리고 ‘의미의 발견’이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사회생활에 임하는 태도로써 ‘직장’과 ‘직업’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것을 당부한다. 직장이 단지 급여를 받기 위해 시간을 투입하는 공간이라면, 직업은 자신의 가치관과 능력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일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후광에 기대는 직장인은 회사를 떠나는 순간 홀로서기가 막막해지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무기로 삼는 직업인은 어디서든 고유한 가치를 발휘하며 전문가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인정할 만한 압도적인 실력, 즉 일을 ‘잘’ 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도 일주일 만에 배울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무한한 추격자를 양산하여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내 일은 결코 쉽지 않아야 하며, 뼈를 깎는 노력과 통찰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진입 장벽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치열한 전문가 의식이 뒷받침되었기에, 인피니트그룹은 단순히 트렌드를 좇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넘어 브랜드의 본질을 꿰뚫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에이전시 넘어 브랜드의 본질 꿰뚫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
오 대표의 이러한 철학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MI(Museum Identity)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2013년 서울관 건립을 계기로 기존 과천관, 덕수궁관, 청주관을 아우르는 4관 체제의 통합 아이덴티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는 단순히 엄숙한 관람 공간이었던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대중과 소통하며 사랑받는 친근한 미술관, 나아가 서울관을 기점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영문 정식 명칭을 축약한 ‘MMCA’를 대표 브랜드화하여 언어적 소통의 장벽을 낮추었고, 정형화된 틀을 깬 독특하고 비정형적인 형태의 로고 디자인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문화의 창’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특히 MMCA 로고 안에 다채로운 오브제 이미지를 담아내는 ‘플렉서블 아이덴티티(Flexible Identity)’ 기법은, 미술관 자체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관객의 소통을 담아내는 넉넉한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깊은 통찰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리며 대한민국 디자인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파라다이스 그룹,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켈리 등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대형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 작업 역시 인피니트그룹의 손을 거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오 대표는 이러한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단순한 실적이나 경험을 넘어 기업의 숨은 의도와 전략 방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급변하는 시장 및 소비자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도출해 내는 정교한 ‘프로세스’를 꼽는다. 기업과 소비자의 니즈가 교차하는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고 이를 시각적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해 낼 때, 비로소 정답에 가까운 ‘Right Design’에 예상치 못한 특별한 가치인 ‘알파(+α)’가 결합된 완벽한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Right Design에 더해진 알파(α),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매력’
그렇다면 오 대표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 즉 Right Design에 더해져야 할 결정적인 ‘알파(+α)’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단호하게 그것을 ‘매력’이라고 정의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예쁜 디자인이 순간적인 호감을 이끌어낼 수는 있지만, 사람의 관계에서 외모보다는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내면의 매력이 오랜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처럼, 브랜드 역시 겉포장의 화려함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을 깊이 움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단순히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제품(만들어진 물건)을 시장에서 기꺼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궁극의 가치이자 책임이다.
이러한 매력적인 브랜드를 오랜 기간 사랑받는 존재로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으로 수호해야 할 요소는 바로 ‘브랜드 코어 밸류(Core Value)’다.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따라 브랜드의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은 겉옷을 갈아입듯 얼마든지 유연하게 변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탄생한 근본적인 이유이자 지향하는 절대적인 핵심 가치만큼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 대표의 굳건한 신념이다. 벤츠가 고수하는 ‘품격(Quality)’, BMW의 ‘주행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 볼보의 ‘안전(Safety)’, 그리고 풀무원이 지향하는 이웃사랑과 생명 존중 바탕의 ‘바른 먹거리’처럼 , 브랜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코어 밸류는 변화무쌍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기업을 지탱하고 소비자와의 굳건한 신뢰를 이어주는 가장 강력한 닻(Anchor)의 역할을 수행한다.
AI 시대를 포용하는 유연함, 그리고 변치 않는 굿 비즈니스의 철학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브랜딩 및 디자인 산업 전반에도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오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움이나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구로 유연하게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AI의 도입으로 단순 반복적인 업무 효율이 극대화되고 개인의 창작 역량이 증폭됨에 따라, 조직은 팀워크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개인의 전문성과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인류가 생존하는 한 의식주와 관련된 삶의 필수 요소들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며, 브랜드의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단지 디지털 환경의 발전에 따라 그것을 표현하는 시각적 도구와 방식이 다변화될 뿐이라는 것이다. 인피니트그룹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AI를 경쟁 상대로 배척하기보다 기꺼이 활용하고 그 결과물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 사내에 AI 활용을 적극 장려하는 포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며 대한민국 브랜드 디자인의 위상을 드높인 오 대표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미국 메타디자인 재직 시절,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필수 도구인 Adobe CS(Creative Suite) 패키지 디자인을 한국인의 손으로 완성했던 경험을 꼽는다.
낯선 타국에서의 삶 속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중 ‘천지 창조(Creation)’라는 개념에서 벼락같은 영감을 얻은 그는 , 어둠과 빛, 하늘과 땅, 바다와 우주, 그리고 그 속의 자연 만물들을 어도비의 4개 핵심 제품군(Photoshop, Illustrator, InDesign, GoLive)의 컨셉으로 절묘하게 녹여냈다. 특히 한국 전통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살린 레이아웃, 세로쓰기를 차용한 영문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직인을 연상시키는 하단의 붉은색 어도비 심볼 마크는, 서구의 기술력에 동양의 미학을 과감하게 접목한 파격적인 시도로 당시 어도비 최고경영진의 압도적인 찬사를 이끌어냈고 , 마침내 한국 디자이너의 창조적 역량이 전 세계 전문가들의 책상 위에 놓이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오기환 대표는 IBM 2세 토마스 왓슨의 명언인 “Good Design is Good Business(좋은 디자인이 좋은 비즈니스를 만든다)”를 가슴 깊이 새기며, 이를 인피니트그룹이 영원히 지향해야 할 변치 않는 디자인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청년 세대를 향해, 거창한 내일에 현재를 저당 잡히기보다 지금 당장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치열하게 찾아 나설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힘겨운 과정조차 견뎌낼 수 있게 하는 즐거움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전문성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겉모습 너머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본질적인 매력을 탐구하며, 브랜드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오기환 대표의 창조적 여정은 오늘도 쉼 없이 전진하고 있다.
PROFILE
△2010~현재 인피니트 대표이사 & Creative Director로 재직 중 △2024~현재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재직 중 △2013~현재 연세대학교 ‘브랜드전문가과정’ 강사로 활동 중 △2026 iF 세계디자인어워드 벽제한곳 패키지부문 수상 △2022 카이스트 NFT-메타버스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22 iF 세계디자인어워드 조선호텔 주니어/삼양바이오팜 크로키 패키지부분 본상수상 △2021 PIN UP Design Award 종근당건강 오메가3 프로메가 패키지부문 본상수상 △2021 iF 세계디자인어워드 동아제약 셀파렉스 패키지부문 본상수상 △2021 Reddot / iF 세계디자인어워드 삼양 크로키_패키지부문 본상수상 △2015 SBS CNBC 더 메이커스 방송출연 △2015 크리에이티브 아레나 코엑스 강연 △2013~2014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 MMCA 그랜드슬램 수상 △2014 우수디자인 선정 (하이트맥주) △2013 VIDAK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브랜드디자인이사 △2008 금호아시아나 그룹 Design Management 전문과정 강의 △2002 MetaDesign (San Francisco) Senior Designer △1998~2002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MA Visual Information Design 수석졸업 △1992~2002 인피니트 Design Director 디자인실장 역임 △1986~1993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