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 &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 박정연 저자 “현장의 언어로 번역된 노동법, 실무자의 막막함을 푸는 길잡이가 되다”
- 저자 인터뷰 - 《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 &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 박정연 저자

노동법은 흔히 딱딱하고 복잡한 이론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현장의 실무자들에게는 매일 부딪히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 그 자체다. 2025년 10월 30일과 2026년 1월 15일에 연이어 출간된 《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과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는 이러한 현장의 목마름을 정확히 짚어낸 실무 지침서다. 노무법인 마로의 대표노무사이자 공공·문화·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희롱·괴롭힘 사건의 조사 및 심의 위원으로 활동해 온 박정연 저자는, 자신이 현장에서 목격한 혼란과 실무자들의 고충을 두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원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쓰는 노동법’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누구보다 치열하게 실무의 언어를 고민해 온 그녀의 집필 여정과 단단한 삶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박정연 저자가 바쁜 본업 속에서도 쉽지 않은 책 쓰기에 나선 출발점은 뜻밖에도 개인적인 아쉬움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2024년 말 박사논문 최종 심사 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하며 겪었던 큰 좌절과 이른바 ‘한’을 다른 방식의 글쓰기로 풀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 힘든 시기를 지나며 고충을 해소하고자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막상 펜을 들자 그녀가 오랫동안 붙들고 해온 현장의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동법을 이론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건과 조직 구조를 살피고, 실무자가 막히는 지점을 매일 듣는 전문가였다. 결국 책 집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녀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 되었다.
그녀가 출간한 두 권의 책은 기획 의도부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먼저 《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은 노동법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기초를 정확히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실무서다. 이 책은 단순히 내용을 축약한 것이 아니라, 기본 구조와 입법 취지를 충실히 설명하면서도 인사노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핵심 개념인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차이, 소정근로시간의 중요성 등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특히 이 책의 출발점은 여성가족부 가족지원사업 현장 자문 경험에 맞닿아 있다. 그녀는 아이돌보미나 다문화방문교육지도사 등 돌봄 노동자들이 초기 프리랜서로 위촉되다 근로자성이 인정된 이후에도, 소정근로시간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아 임금, 연차, 퇴직급여 등에서 반복적인 혼란을 겪는 구조적 문제를 현장에서 뼈저리게 체감했다. 이에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사회복지 분야 특유의 호출형·비정형 근무와 위탁기관 구조 속의 복잡한 쟁점들을 정리된 체계로 제시함으로써, 노동법 적용의 난도가 가장 높은 현장에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고자 했다.
반면, 이듬해 출간된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는 담당자들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처리의 언어’를 직접적으로 건네는 실전서다. 이 책은 2025년 9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고충처리 실무 과정을 진행하며, 이틀이라는 짧은 강의 시간으로는 쏟아지는 현장의 질문을 모두 감당할 수 없음을 절감한 데서 비롯되었다. 실무자들이 원하는 것은 원론적인 지침이 아니라 “지금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해 주는 구체적인 문장과 절차, 서식, 그리고 체크리스트였다. 그녀는 신고인과 피해자의 노동인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도, 담당자들이 절차적 정합성을 갖춰 안전하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조사보고서 작성부터 고충심의 및 징계위원회 연계까지 실무의 흐름을 촘촘히 연결했으며, 법 시행 이후 공공부문 지침화로 실무적 대응이 필수적이 된 스토킹 이슈까지 망라했다. 개인적인 노하우를 공개하는 데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경험 공유를 통해 실무자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 가치가 훨씬 크다고 판단한 그녀의 결단이 담긴 결과물이다.


현장의 치열함에서 건져 올린 ‘무의 언어’
그녀가 책을 집필하며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과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건과 자문, 강의가 겹치면 하루가 분 단위로 쪼개지는 노동집약적인 일상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수적이었고, 결국 2025년 한 해 동안 주말과 여가, 좋아하던 취미마저 상당 부분 내려놓으며 온전히 책상 앞을 지켜야 했다. 특히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를 집필하던 긴 연휴에는 이동조차 미루고 생활 루틴을 극도로 단순화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녀는 책은 결국 "엉덩이로 쓴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며, 확보된 시간에 자료 검색보다는 정리된 문장을 끝까지 뽑아내는 데 매진했다.
책이 출간된 후 독자들의 반응은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왔다. 일면식도 없는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사내 성희롱 사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그녀의 책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녀는 이 책이 현장에서 진정으로 쓰이고 있음을 실감했다. 출판 초기 교보문고 등에서 재고가 부족해 출고가 지연되는 현상을 겪고, 서점 소개 글 아래에 달린 독자들의 생생한 댓글을 확인하며 그녀는 책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녀는 《노동법의 시작, 사회복지 노동법》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동법 입문의 기본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며, 최근 유튜브 채널 ‘질서정연 노동법’을 개설해 독자들과의 소통 창구를 넓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스토킹 고충처리 실무》가 전국의 실무자들 책상에 꽂혀, 불안한 순간 언제든 펼쳐보고 자신 있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믿음직한 기본 참고서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두 번의 전환점, 그리고 일상을 지탱하는 단단한 루틴
현재 노무법인 마로를 15년 차 흔들림 없이 이끌고 있는 대표이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사외이사 등 다방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녀의 원동력은 지나온 삶의 궤적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녀의 인생에는 두 번의 굵직한 터닝 포인트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20대 시절,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노무사로 방향을 튼 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경험이다. 노무사에게는 법 지식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리와 현장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전에서 약 8년간 근무하며 일선 영업부터 본사 기획 업무까지 폭넓게 경험한 것은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감각을 키워준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12년의 퇴사였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서울에 남기로 결심하며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왔을 때, 30대 중반의 여성 노무사를 맞이한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은 정글이었다. 단지 용기만으로 일이 주어지지 않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영업자로서의 생존기가 시작되었지만, 월급 한 번 밀리지 않고 법인을 운영해 낸 그 치열한 시간들은 지금의 그녀를 누구보다 단단하게 담금질했다. 그녀가 노무법인 대표로서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나이 50에 접어든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절대적인 전제 조건임을 강조한다. 그녀의 최우선 순위는 늘 건강이며, 지하철 계단을 이용하거나 여행지에서도 헬스장을 찾는 등 일상 속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삶의 공부 리스트에 반드시 ‘노동법’을 한 줄 올려놓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사회법인 노동법을 아는 것이 곧 최소한의 자기 방어이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 없이 하루 10분씩만 시작해 보라”는 그녀의 조언은, 작은 시작이 모여 삶의 권리를 단단하게 지켜내는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에 찬 응원의 메시지다. 현장의 언어로 세상을 향해 건넨 그녀의 두 권의 책이, 오늘도 치열한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실무자와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