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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패를 더 많이, 더 빨리 자산으로 만드는 리더십

  • 정진이 대표 기자
  • 입력 2026.02.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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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umn - 정진이의 리더스 칼럼

세상의 속도가 숨이 가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알고리즘이 더 빠르게 우리의 취향을 재정의하고, AI(인공지능)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성마저 넘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찬바람이 경제의 실핏줄을 얼어붙게 만드는 지금, 많은 이들이 길을 잃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실패의 실체는 무엇이며,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편리함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경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들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리더와 창업자들을 만나며 필자가 확인한 진리는 명확하다. 인생은 결국 수많은 선택의 합이며, 그 선택이 빚어낸 실패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깊이가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콘텐츠 스타트업을 10년 동안 이끌어온 한 창업자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는 유니콘 기업을 꿈꾸며 화려하게 시작했고, 수차례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에게 남은 것은 찬란한 엑시트가 아니라 뼈아픈 매각의 기록이었다.

 

그는 자신의 10년을 회고하며 성공 신화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그가 겪은 고통은 단순히 사업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했던 마음, 첫 레이오프(해고)를 단행하며 느꼈던 참담함, 그리고 자원 배분의 실패가 불러온 도미노 현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덧붙였다. 10년을 통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고. 실패를 회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관통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자아,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성공 스토리보다 값진 보석이다.

 

우리는 흔히 실패가 횟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방법의 문제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실패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심리적 안정성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사소한 실수나 잠재적인 문제를 눈치 보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거대한 재앙을 막는 유일한 방패다. 작은 균열을 숨기려다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실패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불러온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실패에서 최선의 교훈을 추출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마주한 또 다른 위기는 실패를 경험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서 모든 마찰과 불편함을 제거하고 있다. 맛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대신 별점 높은 순으로 정렬하고, 모르는 길을 헤매는 대신 내비게이션의 지시에 순응한다. GPT가 문서를 요약해주고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려주는 세상에서 우리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직접 경험의 즐거움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잃느니 차라리 후각을 잃는 편이 낫다고 답했다고 한다. 소름 끼치는 결과다. 실제의 냄새를 맡고, 손으로 글씨를 쓰고, 대면하여 상대의 눈동자 흔들림을 관찰하는 그 생생한 감각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기술이 제공하는 매끄럽고 편리한 세계는 우리에게 실패할 가능성을 전혀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최적화되어 있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은 그 매끄러움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현실의 마찰력에서 일어난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 결과가 기대와 달랐을 때 좌절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직접 경험이 거세된 간접 체험의 세계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고 공동체의 규범을 잊어간다. 화면 속의 픽셀로 세상을 배우는 세대에게 현실은 그저 해상도 낮은 배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첫째는 자기 인식이다. 투자로 큰 손해를 입은 뒤 자신의 오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원인을 분석했던 어느 투자자처럼,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힘이 필요하다.

 

둘째는 상황 인식이다. 베테랑 비행기 조종사가 단 한 번도 완벽한 비행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매 순간 불확실성을 경계하듯, 익숙한 업무 속에서도 실패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시스템 인식이다. 나의 실수가 개인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복잡한 구조의 문제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과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모두에게 필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작은 실패를 더 많이, 더 빨리 저질러라는 것이다. 다만, 그 실패가 옳은 실패가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냉정하게 복기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바꾸는 기술이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고, 창업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삶이라는 기차 여행 중에 실패라는 역을 잠시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그 역에서 내려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얻은 연료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인지는 그것은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진이 대표 사진자료.JPG

정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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