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진영 저자 채용은 한 개인의 역량만이 아닌,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입체적 과정
- 저자 인터뷰 -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진영 저자

취업과 이직의 문턱에서 우리는 흔히 ‘나의 부족함’을 먼저 찾곤 한다. 수십 번의 낙방 끝에 마주하는 절망감은 오롯이 지원자 개인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년간 채용의 최전선에서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온 김진영 저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통해 채용 시장을 ‘안쪽’에서 바라본 생생한 현실을 공개했다. 채용은 결코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며, 그 이면에는 타이밍, 조직의 생리, 인사 담당자의 말 못 할 사정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로서 수천 장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수많은 당락의 현장을 목격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스스로를 비난하기 전에 채용의 ‘판’을 먼저 읽으라는 것. 김진영 저자를 만나 우리 시대 이력서의 의미와 성공적인 커리어 설계를 위한 혜안을 들어보았다.
최근 출간된 《내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가 취업 준비생과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시중에 넘쳐나는 ‘합격하는 이력서 작성법’ 같은 기술적인 지침서와는 결이 다르다. 대신 저자는 채용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직자가 간과하기 쉬운 ‘결정권자의 시각’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김진영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채용 시장을 밖에서 바라볼 때와 안에서 바라볼 때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역시 헤드헌터가 되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며, 취업과 이직의 고단함을 몸소 겪은 당사자였다. 당시에는 좋은 이력서를 쓰고 면접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헤드헌터로서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지켜보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사실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과거 나의 선택이나 결정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아쉬움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성공 전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 대기 창을 새로 고치며 자책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지도를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채용의 블랙박스를 열다, 결정권자는 무엇을 보는가
많은 구직자가 이력서를 제출한 뒤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자신의 경력이나 학벌, 혹은 자격증의 부재를 탓한다. 그러나 김 저자는 채용이 ‘적합성(Fit)’의 문제이지 ‘우수성(Rank)’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조직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줄 ‘가장 필요한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목격한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주었다. 역량이 매우 뛰어난 후보자가 있었음에도 조직 내의 정치적 상황이나 팀장의 성향, 혹은 예산의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거나 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는 구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은 인사팀 직원만이 아닙니다. 실무 팀장, 본부장, 때로는 대표이사까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이력서를 봅니다. 인사팀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하고, 실무진은 당장 투입 가능한 기술력을 보며, 경영진은 조직 문화와의 조화를 봅니다. 이 다층적인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로 ‘나의 이야기’에만 매몰되는 것을 꼽았다. 기업이 이력서를 보는 이유는 지원자의 과거를 칭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거를 통해 우리 회사의 미래에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력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이 당신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로 읽혀야 한다.
저자는 특히 ‘직무 중심의 서술’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성실함이나 열정 같은 추상적인 단어가 통했을지 모르나, 지금의 채용 시장은 철저하게 직무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내가 가진 경험이 상대방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달될 때, 비로소 이력서는 생명력을 얻는다.
삶의 주체가 되는 커리어 설계…비교를 멈추고 나만의 속도를 찾다
인터뷰 중반부에 접어들며 저자는 커리어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끄집어냈다. 그는 최근의 청년 실업 문제와 고용 불안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동시에 구직자들이 가져야 할 심리적 태도에 대해 조언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비교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타인의 화려한 이직 성공기나 높은 연봉 소식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구직자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불행을 자초하곤 한다.
“지금의 불행이 정말 ‘가지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비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나보다 낮은 곳을 보며 위안을 삼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작은 안정과 기쁨을 타인의 성취와 비교하느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김 저자는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 두지 말고, 자신의 내면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현재의 범위 밖에 있다면,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는 그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이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걸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그의 이런 철학은 본업인 헤드헌터 업무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는 스스로를 ‘내비게이션’보다는 ‘나침반’ 같은 러닝메이트라고 정의한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지만, 그 목적지가 정말 본인에게 맞는 곳인지는 묻지 않는다.
반면 나침반은 방향만을 제시한다. 어디로 갈지, 어느 시점에 멈출지는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 몫이지만, 적어도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빠른 길을 안내하는 사람보다 맞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후보자와 회사 모두에게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저는 그들의 선택이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려 노력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취업과 이직의 파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력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이 담긴 기록이다.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삶의 가치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다.
김진영 저자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가운 채용 시장의 논리를 설명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람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이 시대 방황하는 많은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 아닐까 싶다.
“이력서는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문장으로 넘어가는 쉼표다. 당신이 쓴 그 쉼표가 더 멋진 문장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누군가의 이력서를 읽으며, 그 속에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진심이 담긴 나침반이, 더 많은 구직자의 길을 밝혀주길 기대해 본다.
온리원파트너스 김진영 헤드헌터 | young471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