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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절제된 미니멀리즘, 일상에 스며드는 K-클래식을 디자인하다”

  • 이지훈 기자
  • 입력 2026.01.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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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인물 - 한클래식 김윤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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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한옥에서 보낸 기억은 한클래식 김윤희 대표의 삶과 디자인 철학에 깊숙이 각인된 근원이다. 그녀는 그 고요하면서도 따뜻했던 공간에서 창살 무늬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만들던 시간을, ‘가장 행복했던 때로 회고한다. 성장하며 가족의 죽음과 상실을 경험했을 때, 그녀에게 한옥의 기억은 단순한 향수를 넘어,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위로의 원형이 되었다. 이처럼 깊은 내면의 한국적 정서와 달리, 그녀가 대학에서 전공한 것은 서양 복식이었다. 김윤희 대표의 주전공인 의복구성은 인체를 기반으로 패턴 설계, 실루엣 구조, 착용감, 기능성, 봉제 방식까지 아우르며 디자인을 으로 구현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전공적 기반은 한복을 일상복으로 재해석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한복은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을 함께 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아이의 돌잔치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으로 인식되어 왔다. 많은 이들이 한복을 입고 싶어도 불편하다거나 주위 시선이 집중될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일상에서의 착용을 망설이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윤희 대표에게 한복은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전통 의상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한복의 미감이 느껴지는 옷으로 다시 설계되어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현하는 한클래식 디자인의 핵심이다.


 

한클래식은 단순히 전통 한복을 개량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한복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입었을 때 편안한 현대복의 기능성과 한복의 핵심 미학인 ’, ‘여백’, ‘고름’, ‘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름이나 사선 여밈, 곡선 실루엣 등 한복의 상징적인 요소를 과하지 않고 절제된 미니멀리즘형태로 재구성하여 일상복에 담아냈다. 그 결과, 고객들은 이게 한복인가?”라는 신선함과 함께 부담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라는 실용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한복계에서 꿈꾸는 이상은 바로 질 샌더(Jil Sander)’의 미학이다.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절제되고 세련된 K-클래식을 디자인하는 것이 한클래식의 정체성이다.

김윤희 대표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옷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결혼 후 육아와 가사, 시댁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지쳐있을 때, 가족의 옷을 짓던 어머니의 모습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시작한 손뜨개는 그녀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 시간이 오롯이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고, 곧이어 옷 만드는 과정을 배우면서 딸, 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감춰져 있던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늘 한 땀, 옷 한 벌이 완성될 때마다 그녀는 깊은 성취감과 정서적인 치유를 얻었고,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회복하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찾았다.

 

평범한 주부에서 패션 CEO, 치열한 꿈을 일군 50대의 위대한 시작

옷 만드는 것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의 셔츠를 만들어 입힌 것을 본 가족들의 칭찬, 자투리 모직 원단으로 만든 야구 점퍼를 입고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디자이너라고 자랑했던 아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결정적인 확신을 주었다.

남이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일에 뛰어들 용기와 자신감을 준 것이다. 이후 좀 더 전문적인 공부에 대한 갈망이 커져, 마흔 살에 패션과에 편입하며 세 아이의 엄마에게 패션 디자이너로서 내 브랜드를 갖는 것은 막연한 꿈이었다. 패션 전공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엄마의 손이 덜 필요하게 되면서 막연하게 꾸던 꿈에 대한 갈망은 더 커졌다. 그리고 나이는 들어가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간절함과 치열함이 결국 한클래식창업으로 이어졌다. 50대에 창업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나이가 축적한 내공과 인생 경험이 현재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옷에 대한 취미와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 전문적인 공부와 연구를 거쳐 브랜드 론칭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패션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실무 경험의 부족은 창업 후 그녀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취미나 학교에서의 옷 만들기와 달리, 대중을 위한 옷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실무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의 연속이었다. 디자인부터 원단 발주, 생산 관리, 마케팅,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했기에,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국내 봉제 시장의 악화로 메인 생산을 맡길 믿을 만한 공장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고품질의 옷을 소량 생산해야 하는 모던 한복 브랜드의 특성상,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생산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다열정적인 창작과 냉철한 시장의 현실

가장 큰 숙제는 단연 마케팅이었다. 제품을 아무리 정성껏 잘 만들어도, 이를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판매로 이어질 수 없었다. “옷의 진심이 담긴 제품을 만들었으나, 이를 담아내는 사진이나 콘텐츠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판매 부진과 매출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녀는 마케팅 능력을 스스로 덜 주신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로 이 분야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그녀를 지탱하는 힘은 다름 아닌 고객의 피드백이었다. 옷을 입고 만족해하는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다시 찾게 되고, “옷에 진심이 느껴진다라고 말해주는 고객들을 통해 보람을 느꼈다.

론칭 2년 차에 참가했던 한복상점박람회에서 다음 해에도 그녀를 잊지 않고 찾아와 구매해 준 고객들을 만났을 때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경험은 그녀에게 시장의 냉철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되었다.

브랜드 론칭 4년 차에 접어든 김윤희 대표의 최대 관심사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해외 생산의 영향으로 국내 봉제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K-패션과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 증대는 한복 기반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1인 창업 브랜드로서 이 흐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녀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품질, 스토리, 마케팅, 유통 구조, 고객 경험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브랜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집중하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제품 개발의 확장이다. 한복을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시대와 고객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실루엣을 제안하는 것에 주력한다. 둘째, 소통 구조의 확장이다. 책 출간,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을 통해 한클래식의 브랜드 철학과 제작 과정을 소비자가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소통 채널을 확장하는 것이다. 셋째, 브랜드 정체성의 확립이다. 절제된 디자인과 한국적 감성이라는 한클래식만의 세계관과 미학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하여 흔들림 없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특히 소통과 마케팅 분야에서 그녀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일상과 브랜드 철학을 진솔하게 공유하고, 플리마켓이나 박람회 같은 오프라인 접점에서 소비자의 생생한 반응을 직접 파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동대문이나 광장시장에서 얻은 영감과 감성을 담은 책 출간을 계획하고 있으며, 제품 제작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릴 계획 등 콘텐츠 기반의 브랜딩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신제품에 대한 시장 테스트와 고객 반응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클래식만의 핵심 가치는 한복의 디자인 요소를 일관성 있게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이다. 절제된 디자인과 실루엣, 그리고 한국적 감성을 담은 한복 소재를 대중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집중한다. 트렌드에 휩쓸려 정체성을 잃기보다는, 자신만의 템포를 지키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절제된 한복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패션을 전공한 박사로서 학문적 연구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도 한클래식이 가진 독특하고 강력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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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K-클래식을 향한 세 가지 전략, ‘정체성, 콘텐츠, 그리고 선한 영향력

김윤희 대표는 브랜드를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옷을 입는 사람의 하루에 감정적인 힘을 보태는 것이 브랜드의 궁극적인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녀의 옷은 TPO(시간, 장소, 상황)를 고려하여 누가, 어떤 자리에 입을지 스토리를 만들며 디자인되기에, 중년 여성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폭넓게 어필하고 있다. 연령별 체형과 취향을 고려한 섬세한 디자인은 한복 매니아층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을 포함해 다양한 고객층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낳았다.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한양도성 사대문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조선시대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동대문을 보며 느꼈던 전통과 현대가 강하게 대비되면서 동시에 조화로운 풍경과 닮아있다. 고요함과 역동성, 전통과 현대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그 풍경처럼, 그녀는 우리의 전통 복식 역시 잊혀지지 않고 현대와 융합되어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굳이 전통이나 한복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절제된 미와 동적인 현대의 어울림을 옷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는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50인 나도 하는데 젊은 너희들이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완벽하게 준비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고 격려한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업계의 흐름 속에서 유행을 쫓기보다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흔들리는 것은 결국 내 디자인 언어이 브랜드를 시작한 신념때문이라며, 유행을 쫓아 정체성을 쉽게 바꾸면 결국 남는 것이 없다는 날카로운 조언을 덧붙였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모든 시작의 출발점이며, 자신의 잠재력을 믿는 사람만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다고 김윤희 대표는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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